동물학적 의사 소통
행동 규칙이 명백히 정해져 있는 사회 속에서 활약하는 존재라면 자기 의도를 정확하게 보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곤란을 겪거나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동등한 방식으로 상대의 미묘한 의사 표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의사 소통을 위한 단서는 그 형태가 무척 다양하죠. 오랜 전통을 가졌으나 그 세월로 인하여 진면모 의미는 상실해 버린 의례적 행동도 있고, 전파하려는 의미가 더욱 똑똑히 드러나는 행동이나 반응 행동도 있어요. 이러한 단서는 의식적 아니면 무의도적으로 전파되며, 여기에는 시각이나 청각 수단이 사용됩니다. 공정한 단서 일 수도, 거짓 단서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서인 만큼 그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동작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서는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대립되는 당사 자들이 자칫하면 겪어야 하셨을 난삽한 궤도을 생략해 준답니다.
단서의 표출과 해석은 제일 원초적인 스타일의 의사 소통 입니다. 의사 소통에 대하여 생각할 때 우리 식의 의사 소통, 즉 언어를 떠올리는 존재는 인간뿐입니다. 생물학자들도 인간인 탓에 하는 수 없이 동일한 함정에 빠지고 만다. 고로 동 물의 의사 소통을 탐구하는 생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언어학적인 관점, 즉 인간 언어의 소리 개념을 초점으로 그 문제에 접근해 왔습니다. 동물이 내는 소리나 몸짓을 관찰한 후 거기에 대처하는 의미를 정하는 식의 연구였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찌 소리는 "먹이를 달라."라는 뜻이고 또 다른 소리 는 "조심해라.", 세 번째 소리는 "짝을 찾는다."라는 의미로 취급되었죠. 인간의 언어가 그렇듯 동물의 언어도 정보가 상 징이 되어 보급되고 수신자에 의해 해독되는 추상적 기호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어째서 동물에게 이런 식의 의사 소통이 필요하냐는 의문에 대해는 그것이 전체 집단을 위해 유익 하기 때문이라고 부르는 답이 나오곤 했죠. 동률의 의사 소통은 "참 여자들이 상호 작용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하므로 벌이는 가치 상승적인 교환"으로 정의되있어요. 이런 사고방식에는 "지식 우월론" 정도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각 개체 간에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면 될수록 모두에게 유용하기 때문 에 정보를 보급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러한 시각은 이론적, 실증적으로 거센 공격을 받고 있어요. 진화 생물학자들, 그리고 실제 관찰 연구를 행하는 동물학자들이 모두 이를 반박하는 추세입니다. 우선 동물의 거동이나 소리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데요. 늑대의 울부잦음, 닭의 꼬꼬택 소리, 까마귀의 까악까 악 소리 같은 신호들은 각가지 분위기에서 사용됩니다. 따라서 하나의 신호가 특정한 하나의 의미를 가진다고는 당최 볼 수 없는데요. 더욱이 진화 이론가들은 신호 발신자가 신호 발신 행위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신호 체계가 결 코 발달하지 못했으리라는 점을 지적하죠. 동물은 정보 공유 궤도의 효율을 높인다는 추상적인 목표를 탐구하지 않아요. 이들이 탐색하는 것은 욕구 충족에 이바지하는 직접적인 효율 성뿐이다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동물들의 의사 소통 신호 뒤에 어 떠한 진화적 동기가 숨어 있는지에 더욱 큰 주목을 기울인 다. 동물의 몸짓이나 소리는 추상적 기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생물학적 목적과 구조적으로 무척 두텁게 얽혀있는 다는 점이 시나브로 명확히 인식되고 있어요. 개는 모스 부호나 알 파벳처럼 자의적인 기호를 동원해 개념을 나타내지 않아요. 하지만 나름대로 고도로 관례화된 신호를 동원하죠.
돋보이게 드러나는 개의 행동 신호
개가 당최 참지 못하고 떨치는 행동들이 있어요. 누 군가를 물어뜯으려 하는 개는 상대를 주시하며 이빨을 드러 낸다. 자신을 방어하려 할 때면 귀를 뒤로 바짝 붙이고 꼬리를 옆으로 내린다. 까마득히 예로부터 이런 신호를 금방 묘득해 내는 늑대는 눈치 없는 동료들에 대조해서 대조적으로 유익한 위치에 놓였을 것입니다. 힘센 늑대가 엄니를 떨치거나 자신을 쏘아본다는 걸 재빨리 알아차린다면 구태여 도모할 의사가 없는 분위기에서 공격당할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또 상대가 움츠린다든지 집중을 피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충 분히 양보할 태세인 상대와 무익한 싸움을 벌이지 않는다해도 되었습니다. 먼 오래전에는 이런 식의 단서가 무고의적으로 보급되었 을 것입니다. 하지만 늑대들이 그 의미를 알고 또 찾아내려 하 게 되자 계획적으로 단서를 상대에게 흘리는 일이 시작되었 다. 이빨을 발휘하는 것이나 까다롭게 노려보는 것을 위협으 로 해석할 수 있는 늑대는 싸움을 면했습니다. 위협 신호를 보낸 늑대 입장에서는 싸우지도 않고 가득히 의사를 보급한 셈이 다. 이러한 진화적 피드백이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에 교환되 기 개시하면서 늑대와 개는 시각적 신호를 관례화하고 발전 시키게 되었습니다.
많은 신호들은 무리 안에서 늑대들이 결성하는 지배 복 종 관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요. 지배와 위협의 신호로는 이 빨 떨치기, 귀를 종굿 세우기, 노려보기 등이 있어요. 뒤집어서 복종을 발휘하는 신호는 귀 눕히기, 시선 돌리기, 주저하는 태도로 접근하기, 꼬리를 하단에 붙이기, 배를 떨친 채 벌렁 눕기입니다. 장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신호는 관례화되어 군어 졌는데요. 오늘날 입술을 말아 고취하고 이빨을 떨친 늑대는 물 어뜯겠다는 의사를 묘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위협을 나타낼 뿐입니다. 그리고 늑대 진화의 현재 스탭에서 이 신호는 다 른 늑대들에게 바로 그런 의미로 흡수하여져요.
이빨이 물어 뜬기 위한 도구로 변화했다는 실상을 고려하면 늑대들이 그 렇게 용납할 근거는 만족해요. 이빨은 공격을 의미했고 따 라서 이빨을 내보이는 것만으로도 위협 의사가 넉넉히 제공되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까마득히 예전부터 자기를 제외한 다른 생물을 시각적으로 판별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몸집이 큰 상대일수록 더 위험하다는 판단이 그러해요. 따라 서 위협을 가하였거나 지배권을 주장하는 늑대는 몸집이 커 보 이게끔 해요. 정확하게 일어서 꼬리를 높이 세우며 목 부근의 털을 곤두세우는 것입니다. 때로는 압도하고자 하는 상대의 몸 위에 올라서기도 해요. 맞바꿔서 복종적이거나 겁에 질린 개는 몸을 움츠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자세를 취해요.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어요. 실제로 그런 행동을 보이는 늑대라고 하므로 자기 자세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 는지 안다거나 다른 늑대들을 속이려는 것은 아니라는 접이 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그저 관레에 지나지 않답니다. 물론 그 관리의 배경에는 늑대들이 잘 맞은 반응을 보임으로써 그 행 동이 효과를 거두어 왔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어요.